혈중 수은농도 美의 3배… 4050 남성이 가장 높아
2012년 09월 26일
[동아일보] ■ 성인 6000명 인체내 중금속-유해물질 첫 조사
우리 국민 10명 가운데 7명꼴로 몸속에서 최소 16종의 다양한 중금속 및 유기화학물질이 검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수은 카드뮴 비소 등 일부 중금속은 외국보다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중금속이 함유된 해산물을 많이 섭취하는 식습관, 직간접 흡연 등에 따른 결과물로 보인다.
국립환경과학원은 2009년부터 3년간 만 19세 이상 성인 남녀 6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인체내 유해화학물질 16종의 검출 결과를 25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2009년부터 시행된 환경보건법에 따라 처음으로 실시됐다. 전체 대상자에서 중금속 등 유해물질이 나왔고 특히 70%는 분석대상인 16종의 유해물질 검출이 모두 확인됐다.
우선 혈중 수은 농도는 L당 평균 3.08μg(마이크로그램·1μg은 100만분의 1g)이었다. 이는 미국(0.94μg)의 3배, 독일(0.58μg) 캐나다(0.69μg)의 4∼5배 되는 수치다. 혈중 수은 농도는 해안지역 주민이나 40, 50대 남성에게서 높게 나타났다. 이는 해산물 섭취가 상대적으로 많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대부분이 어패류에는 미량의 중금속이 함유돼 있다. 특히 작은 물고기를 먹고사는 참치 등 대형 어종의 경우 수은 농도가 더 높아 미국 환경보호청(EPA) 등에서는 임신부 등에게 적게 먹도록 권고하고 있다.
소변 중 카드뮴 농도는 L당 평균 0.58μg으로 미국(0.23μg), 독일(0.23), 캐나다(0.35μg)의 2배가량이었다. 카드뮴 역시 50대 이상 여성과 농촌 및 해안지역 주민에게서 많이 검출됐다. 카드뮴은 유엔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에서 ‘발암성 등급 1군’으로 분류한 유해물질이다. 오염된 토양에서 자란 곡물과 어패류를 먹을 경우 인체에 흡수된다. 카드뮴 역시 독일 CHBM 기준은 L당 1μg으로 이번에 검출된 평균 농도보다 높다.
비소의 평균 농도도 L당 35μg으로 미국(8.44μg) 등 다른 나라보다 월등히 높았다. 비소는 합금이나 반도체, 목재용 방부제 등의 원료로 역시 대표적인 발암물질이다. 비소는 주로 오염된 공기나 지하수, 어패류 등을 통해 흡수되는데 대부분 배설되지만 뼈나 손톱 등에는 오랜 기간 남는다. 인스턴트 음식을 즐겨 먹고 일회용기 사용이 많은 20, 30대 연령층에서는 비스페놀A 농도가 높았다. 환경호르몬의 일종인 비스페놀A는 대표적인 내분비계 장애추정물질이다. 특히 흡연자의 경우 대부분의 중금속 검출 농도가 비흡연자보다 높게 나타났다. 담배는 흡연 과정에서 중금속 등 수천 가지 물질이 발생한다.
몸속 유해물질을 줄이려면 식습관 개선이 중요하다. 어패류의 경우 단순히 익혀 먹는다고 해서 중금속이 줄지 않기 때문에 먹기 전에 깨끗이 씻어서 중금속 함유량을 낮춰야 한다. 탄 음식도 먹지 말아야 한다. 금연은 기본이다. 국립환경과학원 관계자는 “조사결과 대부분 유해물질 농도가 국제적 기준에는 미치지 않았지만 중금속은 몸속에 축적되는 양이 많기 때문에 흡연과 식습관에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성호 동아일보 기자 star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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