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학의 관점에서 사람을 포함한 동물은 소비자다. 생산자는 식물이다. 식물플랑크톤이라고 부르는 단세포 미생물도 당당한 생산자다. 이들의 공통점은 광합성. 광합성은 식물이 빛에너지를 이용해 물과 이산화탄소로 다당류인 포도당 같은 분자를 만드는 과정이다. 빛에너지를 분자 결합을 하는 화학에너지로 변환시키는 과정이다.
그런데 포도당은 세포소기관인 미토콘드리아에서 분해돼 아데노신삼인산(ATP)이라는 세포가 쓸 수 있는 에너지원으로로 바뀌므로(산소가 소모되는 이 과정을 호흡이라고 부른다) 어쩌면 빛에너지로 ATP를 만드는 걸 광합성이라고 부를 수도 있다. 물론 포도당은 연료 뿐 아니라 세포를 이루는 물질을 만드는 원료(벽돌)로도 쓰이긴 한다.
광합성은 엽록체라는 또 다른 세포소기관에서 일어난다. 사람이 광합성을 못하는 건 동물세포에는 엽록체가 없기 때문이다.
왜 동물세포에는 엽록체가 없을까. 엽록체만 있다면 사람도 자급자족하면서 살 수 있을 텐데.
●엽록체 진화는 단 한 번 일어난 사건
답은 간단하다. 동물세포는 엽록체를 가질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다. 미토콘드리아도 그렇지만 엽록체는 세포가 진화하며 만들어낸 게 아니다. 세포가 잡아먹은 박테리아가 소화되지 않고 살아남아 세포의 일부가 된 것이다. 일종의 공생인데 지주와 소작농처럼 세포가 엽록체에 장소를 제공하는 대가로 포도당을 받는 것이다.
엽록체 게놈 연구결과 엽록체가 된 조상 박테리아는 오늘날 시아노박테리아(남조류)로 분류되는 광합성 박테리아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또 모든 엽록체는 공통 조상에서 나왔다. 즉 아메바처럼 생긴 단세포 진핵생물이 잡아먹은 시아노박테리아가 살아남아 엽록체로 진화한 사건은 46억 년 지구 역사상 단 한 번 일어났다는 말이다. 잡아먹은 시점은 최소한 10억 년 전이라고 추정된다.
그런데 이렇게 광합성박테리아를 잡아먹은 진핵생물이 오랜 세월에 거쳐 식물을 포함해 여러 생물군으로 진화했는데 아쉽게도 여기에서 동물은 나오지 않았다.
다세포 생물인 식물은 자신이 만는 광합성 산물을 운반하고 저장하고 재가공하는데 필요한 여러 장치들을 진화시켰다. 따라서 사람 세포 안에 시아노박테리아를 넣고 이 녀석이 말썽을 부리지 않고 얌전히 광합성만 할 수 있게 하는 기술이 개발된다고 하더라도 과연 사람의 생리가 이런 변화를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왜 이렇게 막연하고 황당한 얘기를 할까 하겠지만 2008년 과학저널 ‘미국립과학원회보’에 실린 논문을 보면 생각이 달라질 것이다.
광합성을 하는 엘리지아라는 동물의 게놈에 광합성에 필요한 유전자가 들어있다는 얘기다. 바다에 사는 갯민숭달팽이 종류인 엘리지아는 몸이 초록색인데 놀랍게도 세포 안에 엽록체가 들어있다. 이 녀석이 먹이인 조류(藻類) 바우체리아를 먹고 사는데 바우체리아의 엽록체는 소화시키지 않고 소화관 옆의 세포로 보낸다. 엽록체는 진화과정에서 유전자 대다수를 잃었고 그 가운데 엽록체 분열과 광합성에 필요한 유전자가 숙주의 게놈으로 옮겨갔다. 따라서 바우체리아의 게놈에는 엽록체에 관여하 유전자가 들어있다.
그런데 유전자를 비교한 결과 엘리지아 게놈에 있는 광합성 관련 유전자가 바로 바우체리아의 유전자였던 것. 즉 먹이의 게놈 가운데 일부가 옮겨온 것이다. 엘리지아 게놈에는 아직 엽록체 분열에 관여하는 유전자는 없기 때문에 엽록체가 증식하거나 다음 세대로 전달되지는 못한다. 따라서 엘리지아 유생은 투명하고 자라면서 바우체리아를 먹으며 서서히 녹색으로 바뀐다. (엘리지아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과학동아’ 2009년 4월호 60쪽 ‘광합성 하는 동물 있다? 없다?’ 참조)
●당근 색소가 동물에서 하는 일
그런데 온라인 저널 ‘사이언티픽 리포츠’ 8월 16일자에 동물 광합성에 관한 또 다른 예가 실렸다. 이산화탄소로 유기물을 만들지는 않기 때문에 좁은 의미의 광합성은 아니지만 빛에너지로 ATP를 만든다는 점에서는 포괄적 광합성이라고 해도 될 것이다.
주인공은 바로 진딧물. 특기할 사실은 여기엔 엽록체도 시아노박테리아도 관여하지 않는다. 내부 공생자의 도움 없이 진딧물 스스로가 빛에너지를 이용한다는 면에서 어찌 보면 진정 ‘광합성을 하는 동물’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