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서울 지역 아침 최저기온(영하 17.1도)은 2월 기온으로는 1957년 2월 11일(영하 17.3도) 이후 55년 만에 가장 낮았다. 지구온난화로 북극 얼음이 녹아 냉기(冷氣)가 북반구 중위도로 내려온 탓이다.
최근 2, 3년 사이 국내 기상이변이 잦아지고 있다. 국립기상연구소의 ‘신(新)기후변화 시나리오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평균기온이 2020년까지 최대 1.5도 오를 것으로 추정됐다. 기온이 1도 오르면 가뭄 등 기상이변이 잦아지고 약 5000만 명분의 물과 식량이 부족해진다. 지난달 말엔 우크라이나 등 동유럽에 영하 30도에 달하는 한파가 닥쳐 60여 명이 사망하는 등 세계 곳곳에서 기상이변 피해가 커지고 있다.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2100년에는 전 세계적으로 폭염 현상이 현재보다 최대 10배, 폭우는 4배 많이 발생할 것”이라고 밝혔다.
잦아진 기상이변은 지구 환경 훼손과 온난화 탓이라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이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지구를 되살리기 위한 대책이 마련되고 있다. 특히 2012년은 지구 환경의 미래를 좌우할 중요한 해로 통한다. 굵직굵직한 국제 환경회의가 올해 연이어 열리기 때문이다.
○ 환경올림픽 D-198일… “지구를 회복시키자”
범정부 조직인 ‘WCC조직위원회’와 제주도는 “올해 열릴 각종 국제환경협약의 방향성을 제시할 ‘2012 세계자연보전총회(World Conservation Congress·WCC)’가 9월 6일부터 15일까지 제주에서 열린다”고 20일 밝혔다.
WCC는 1948년 창립된 자연보전 분야의 세계 최대 단체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생물다양성, 기후변화 등을 논의하기 위해 4년마다 여는 국제회의다. 23번째로 열리는 이번 총회는 지구의 주요 환경문제 해결을 주도하는 행사로 국제사회에서 가장 영향력과 규모가 커 ‘환경올림픽’으로 통한다. 정책입안자, 과학자, 비정부기구(NGO) 등 특정 분야 관계자만 주로 참가하는 다른 국제 환경회의와 달리 과학자, 각국 장관, 기업 최고경영자(CEO), NGO 등 모든 분야의 전문가들이 참가해 환경문제 해결 방안을 찾는다. 공식 참가 인원만 180여 국의 1100여 단체 소속 1만여 명. 동북아시아에서 개최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제주 WCC의 주제는 ‘자연의 회복력(Resilience nature)’. 자연이 회복돼야 기상이변과 동식물 멸종, 사막화를 막을 수 있다는 취지하에 자연과 인간 사이의 접점인 △기후변화 △빈곤 △식량안보 △자연보전 △녹색성장을 주 논의과제로 선정했다.
○ 최초로 ‘선언문’ 채택… 향후 국제 환경협약의 방향 제시
제주 WCC는 역대 가장 중요한 총회가 될 것이라는 환경전문가들의 분석도 나왔다. 2012년이 각국 환경정책과 국제 환경협약의 분기점이 되는 해이기 때문이다. 6월에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유엔 지속가능개발회의(CSD), 일명 ‘리우(Rio)+20 정상회의’가 20년 만에 열린다. 각국 정상과 국제기구, 산업계 등이 참석해 지속가능한 녹색성장과 빈곤 퇴치를 위한 글로벌 거버넌스(협동관리) 구축을 논의한다.
10월에는 인도 하이데라바드에서 유엔생물다양성협약(UNCBD) 당사국 총회가 개최된다. 193개국 정부 대표가 참가해 생물다양성 협약과 정책을 결정한다. 12월에는 카타르에서 제18차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 당사국총회가 열린다. ‘선진국들은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 대비 5.2% 감축해야 한다’는 내용의 교토의정서가 올해 말로 만료됨에 따라 18차 총회에서는 새로운 기후변화 협약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논의된다.
이들 국제회의와 협약에 기반이 될 각종 연구 데이터와 정책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것이 9월 열리는 ‘제주 WCC’라고 위원회는 설명했다. 김종천 WCC 조직위 사무처장은 “WCC에서는 리우+20 후속조치가 구체적으로 논의되며 생물다양성협약,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논의될 내용의 우선순위가 결정될 것”이라며 “WCC에서 환경 분야의 모든 지식, 정보, 기술이 공유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또 총회 최초로 ‘선언문’을 채택하기로 해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위원회는 IUCN과 함께 총회 기간 중 향후 기후변화 대응과 생물다양성, 인류복지 등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는 ‘제주선언문’을 만들어 전 세계에 공표할 계획이다. 김 사무처장은 “전 세계 환경정책, 국제 환경 논의에 지침서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 유영숙 환경부 장관“온난화 해결위해 환경외교 강화해야” ▼
환경부는 9월 열리는 ‘2012 세계자연보전총회(WCC)’ 주관부처다. 환경부 유영숙 장관(사진)을 17일 오후 정부과천청사에서 만났다. 유 장관은 20일부터 케냐 유엔환경계획(UNEP) 본부에서 열리는 ‘UNEP 특별집행이사회 및 세계환경장관회의’에 참가하려 출국 준비를 하고 있었다. 올해 유 장관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환경장관회의(3월·프랑스), 한중일 환경장관회의(4월·중국), 한국-베트남 환경장관회담(5월·베트남), 리우+20정상회의(6월·브라질),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10월·인도),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12월·카타르) 등 거의 매달 국제환경회의에 참석하게 된다.
―국제환경회의에 역량을 집중하는 이유는…
“덴마크 하면 ‘인어공주’ ‘성냥팔이 소녀’ 등 안데르센 동화를 떠올리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글로벌 녹색성장 포럼 참석차 덴마크에 가보니 동화의 나라보다는 ’녹색의 나라‘라는 이미지가 강해졌더라. 덴마크는 총 전력생산의 24%를 풍력이 담당한다. 세계 최고 수치다. 풍력터빈 분야에서도 세계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한국의 녹색성장정책을 세계에 알리고 다른 나라의 환경정책을 배우기 위해서는 환경외교를 강화해야 한다.”
―제주 WCC의 의의는…
“올해는 리우 회의가 개최된 지 20년이 되는 해이자 포스트 교토 체제가 수립돼야 하는 시기다. 전 세계 국가기관과 경제·산업계의 관심이 환경 관련 국제 협약회의에 주목되고 있다. 제주 WCC는 이런 국가 간 협약, 각국 정부의 환경정책에 기초를 제공할 것이다. 환경 분야뿐 아니라 정치, 경제 분야 인사도 참가해 기후변화, 녹색성장, 보전과 빈곤 해결책을 제시한다.”
―환경 분야에서는 중요한 행사지만 국민들 생활에는 와닿는 부분이 적은 것 같다.
“일반 국민으로서는 기후변화 대응, 식량안보, 생태계 관리, 경제녹색화와 같은 전 지구적인 환경문제가 당장 와 닿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주제들이 생활에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최근 2, 3년간 발생한 국내 폭우와 폭설 등 기상이변으로 피해를 본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지구온난화란 환경문제로 유발된 것이다. 환경문제는 개별 국가의 노력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세계적 차원에서 대응해야 한다. 적극적으로 국제환경회의와 협약에 관여하는 것도 장기적으로 국내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다.”
김윤종 동아일보 기자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