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의철 대전선병원 직업환경의학센터 과장
요즘 건강을 챙기는 사람들 치고 건강기능식품 하나쯤 먹지 않는 사람이 없다. 비타민, 미네랄, 오메가-3 등 종류도 너무 많아서 진열된 제품들 중 어떤 걸 사야 할 지 막막해진다.
그래서 이런 코너에는 전문 상담사가 있어서 각각의 증상 및 질환에 맞는 제품을 소개해 주기도 한다. 그런데, 과연 이런 제품들이 실제 효과가 있을까?
영양제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비타민C다. 비타민C는 수용성이라 많이 먹어도 소변으로 빠져나가 해로울 것이 없다는 인식이 퍼져 더욱 부담없이 먹게 된다. 하지만 항산화 효과를 기대하면서 먹는 비타민C가 특정상황에서는 오히려 강력한 산화제로 작용해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미국 아이오와주의 폐경기 당뇨병 여성들을 대상으로 비타민C 섭취량과 뇌심혈관질환 사망과의 관련성에 대한 연구에서, 비타민C 섭취량이 많을수록 뇌심혈관질환으로 사망할 위험이 2-3배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당뇨병과 같이 저농도의 염증이 지속되는 상태에서는 철분 대사에 변화가 생겨 비타민C와 같은 항산화물질이 오히려 강력한 산화물질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흥미롭게도 과일과 채소 등을 통한 비타민C섭취량에 따라서는 이런 경향이 관찰되지 않았다.
원래 우리 몸에서 비타민과 미네랄은 매우 낮은 농도에서 서로 상호작용을 하면서 조절이 된다. 하지만 보충제는 특정 성분만을 고농도로 농축한 것으로서 섭취 시 이런 몸의 미세한 조절을 교란시켜 예상치 못한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반면 채소와 과일은 농도가 낮지만, 다양한 비타민과 항산화물질들이 세포가 생존할 수 있는 수준으로 함유되어있어 보충제와 같은 부작용 없이 질병을 예방하는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예는 얼마든지 있다. 베타카로틴이 많은 당근과 호박과 같은 주황색 채소를 많이 먹으면 폐암 발생위험이 감소하지만, 베타카로틴(비타민A 전구물질)을 보충제로 섭취하면 오히려 폐암 발생위험이 증가한다. 각종 비타민 보충제의 효과에 대한 종합적인 분석결과는 별 이득이 없거나 오히려 사망위험을 증가시킨다는 것이다. 임신 시 산모가 엽산 보충제 복용 시 30년 후 유방암 발생위험이 증가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비타민 만이 아니다. 콜레스테롤을 낮추고 혈관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최근 가장 인기 있는 건강기능식품 인 오메가-3도 그 효과는 미지수다. 올해 발표된, 지난 30년간 발표된 오메가-3관련 연구들을 종합 평가한 연구결과는 오메가-3 섭취가 뇌심혈관질환 예방에 별 도움이 되는 않는다는 것이다.
오메가-3 하면 많은 사람들은 생선을 떠올린다. 하지만 생선은 오메가-3를 합성하지 못한다. 생선의 오메가-3는 해초와 식품성 플랑크톤이 광합성을 위해 생산한 오메가-3가 농축된 결과이다. 하지만 농축 과정에서 생선 기름에는 환경호르몬, 중금속 등 각종 오염물질들도 함께 농축되고, 콜레스테롤도 함께 섞이게 된다. 때문에 오메가-3도 생선기름 보충제가 아닌 초록색 채소와 해조류 등을 섭취함으로써 보충하는 것이 안전하고 효과적인 방법이다.
현대의 많은 질병들은 과도한 열량 섭취와 과소한 미세영양소 섭취의 결과라고도 볼 수 있다. 그런데 근본적인 식생활 개선을 하지 않고 간단하게 알약 하나 먹어서 해결하려는 태도가 문제를 악화시킬 수 있다. 건강기능식품을 찾기 전에 동물성식품 섭취를 줄이고, 현미와 같은 통곡물과 채소, 과일을 더 많이 먹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고 확실한 건강해지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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