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췌장암 확진을 받은 지 1년하고도 두 달째가 됐습니다. 작년 이맘때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이병원 저 병원 쫓아다닌 게 엊그제 같습니다. 의사의 말 한마디(3개월 여명) 온 집안 식구가 울려불며 정신없이 헤맸던 것을 떠올리면 기가 찰뿐입니다.
저 혼자 자살하려고 유서까지 적어 지갑 속에 넣고 다녔던 게 지금 생각해보면 부끄러울 따름입니다. 제 아내와 아이들이 지금의 저를 살려놨습니다. 항상 머릿속으로는 고맙게 생각하는 데, 몸과 입이 따라주지 못해 미안할 뿐입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다른 분들처럼 이 요법 저 요법으로 한 게 아니라 이것저것 잡종으로 했기 때문에 투병기에 대해서는 뭐라 할 말이 없습니다. 다만 통증이 5월까지는 있었는데 6월이 되면서 사라졌고 지금까지는 큰 문제가 없습니다.
저 나름대로는 열심히 산행하고, 늘 웃으려 노력하고, 항상 긍정적으로 생각하려는 그런 사람이 되려고 노력합니다.
어제 초등학교 동창회 모임이 있어 나갔더니 모 대학병원 암센터에 근무하는 친구가 나와 있었습니다. 그 친구가 이런저런 말끝에 자기 병원에선 내가 연구 대상이라나 뭐라나 하더군요. 만날 때마다 병원에 와서 검사해보자고 해서 돈 안 받으면 해볼 수도 있는데······라고 하자, 그 뒤에 만났을 때 무료로 해주겠다고 했지만 한 귀로 흘려버렸습니다.
그 후 아무 말이 없더니 요즘은 나보고 항암 치료 안 하기를 참 잘했다고 합니다. 주위의 친구들도 이젠 제가 참 잘하고 있다고 믿습니다. 며칠 전에 친구 장인어른이 췌장암 말기(병원에만 의지)였는데 돌아가셨거든요. 모두들 나더러 병원 안 간다고 난리더니······. 그 친구들의 콧대를 꺾었다는 생각에 나 자신이 얼마나 뿌듯하고 기분 좋더지 하늘을 날아갈 듯합니다.
감 :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이 됩시다.
사 : 사랑하는 사람이 될 줄도 암시다.
해 : 해맑은 웃음으로 항상 웃읍시다. 히히히 호호호 하하하 크크크 키키키!
요 : 요놈(종양)도 그러면 순진해질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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